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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피플] 스타일리스트 김욱이 완성한 케이팝의 미학

무엇보다도 2022. 2. 7. 23:17

url : https://m.blog.naver.com/designpress2016/222595108994

 

 

 

 

2021. 12. 14. 12:41

기획사, 아티스트, 팬덤이 먼저 찾는 스타일리스트

 

© KIM WOOK

 

김 욱 KIM WOOK

경력 9년 차의 케이팝 최전방 스타일리스트. 편집숍 카시나KASINA의 매니저로 근무하다 지인의 권유를 통해 어시스턴트를 거치지 않고 스타일리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활동 초기엔 래퍼 스윙스의 레이블, 저스트뮤직Just Music의 아티스트와 힙합 뮤지션의 스타일링을 주로 담당했다. 이후 엑소EXO, 슈퍼엠SuperM, 에스파aespa, 샤이니SHINee 등 유수의 글로벌 케이팝 아티스트를 전담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해 나가는 중.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센스 있는 리폼과 획기적인 비주얼을 꾸준하게 선보이고 있다. @punkyspider

 

김욱이 스타일링한 엑소(상)와 슈퍼엠(하)

 

샤이니SHINee, 에스파aespa, 엑소EXO …. 케이팝K-POP 열풍 중심에 선 그룹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독보적인 이미지와 스타일을 갖췄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곁엔 항상 ‘김욱’이 있었다. 트렌디한 안목과 완벽한 센스를 갖춘 그는 경력 9년 차의 스타일리스트다.

 

김욱이 만들어낸 비주얼엔 항상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가득하다. 이 때문일까, 적재적소에 배치된 그만의 디테일은 아티스트를 더욱 빛나게 만들고 이들의 매력에 확실한 방점을 찍는다. 밤낮으로 몰아치는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해 정성 어린 답변을 아끼지 않았던 김욱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 KIM WOOK

 

ㅡ 편집숍 매니저로 근무하다 스타일리스트의 길로 들어선 독특한 이력이 있네요.

엑소가 데뷔할 당시, 친한 형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어려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정말 정신없이 일했던 것 같아요.

 

ㅡ 배우자 역시 스타일리스트라고 들었어요.

예전부터 제겐 큰 자극제였습니다. ‘최민혜’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고요. 이를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죠.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김욱이 스타일링한 샤이니(상)와 세븐틴(하)

 

ㅡ 활동 초기엔 기리보이, 스윙스 같은 힙합 뮤지션을 맡았다면 현재는 아이돌 위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저스트뮤직 아티스트 전체를 담당했었어요. 그땐 저스트뮤직이 본격적으로 레이블화되던 시기라, 스타일링보단 스윙스와 함께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후 아이돌 작업을 병행해 오다 비중이 뒤바뀌며 변화가 생겼고요. 하지만 제 뿌리는 여전히 힙합이에요.

 

김욱이 스타일링한 슈퍼엠 태민(상)과 블랙핑크(하)

 

ㅡ 액세서리를 즐겨 활용하는 것 같아요. 십자가, 체인, 화려한 주얼리로 스타일리스트가 김욱이란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많던데요.

쿠반Cuban *이나 구찌 링크에 진주를 자주 믹스해요. 제일 좋아하는 주얼리 조합입니다. 액세서리를 가미하면 여러 가지 변화를 주기 쉬워요. 종종 비슷하단 피드백도 받곤 하는데 그렇다고 이 느낌을 바꾸고 싶진 않아요. 브랜드가 저마다 색깔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게 저만의 색깔인걸요.

* 쿠반Cunan 체인의 한 종류

 

© SM 엔터테인먼트

 

ㅡ 작업 이야기로 들어가 볼게요. 최근 에스파 ‘SAVAGE’ 활동을 성황리에 마무리했어요. 스타일링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에스파를 맡은 뒤 첫 앨범 작업이라 부담이 꽤 컸어요. 우선순위는 단연 ‘전체적인 그림’이었습니다. 네 명의 멤버가 모두 다른 옷을 입어도 한 팀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앞으로 쭉 끌고 가야 할 에스파의 세계관 역시 세심하게 고려했습니다. 주얼리를 사용해 퓨처리스틱Futurisitc한 느낌을 살리고, 신발 위 파츠도 한 조각 한 조각 맞춰 제작했어요.

 

ㅡ 멤버 별 의상 디테일이 굉장해요. 숨겨진 비하인드스토리가 있을까요?

 

카리나 © SM 엔터테인먼트

 

카리나 스커트 허리 부분, ‘SAVAGE’ 로고를 붉은색 원석으로 비딩했어요. 이 톤에 맞춰 빈티지한 레드 스티치를 더했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뱀의 이빨자국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이에요.

 

지젤 © SM 엔터테인먼트

 

지젤 ‘NEXT LEVEL’ 앨범 재킷 속 지젤 얼굴을 크루엘라로 패러디해 스커트에 추가했어요. 케이팝 신에서 허다하게 쓰인 예쁜 드레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에스파만의 느낌을 풀어내고 싶었죠. 여기에 프랑스어, ‘On vient d’escalader mais on est déjà au top sommet’ 란 문장도 읽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넣어두었어요. 이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정상에 올랐어’란 의미예요.

 

닝닝 © SM 엔터테인먼트

 

닝닝 스퀘어 넥 원피스의 날염은 직접 그래픽 디자인한 뒤 찍은 거예요. 마찬가지로 ‘THE NEXT GOAT’란 문장을 넣었는데요. ‘GOAT’는 ‘The Greatest Of All Time’ 의 약자랍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일컫는 스포츠 용어예요. 이렇게 문구들을 첨가한 이유는 ‘에스파는 이렇다’란 자만심이 아닌, 꼭 그렇게 됐으면 하는 일종의 '바람'이자 '목표'입니다.

 

윈터 © SM 엔터테인먼트

 

윈터 이건 숨은 디테일이 아니라 속은 디테일인데.. 양말로 리폼한 의상이 있어요. 원단과 색상이 맘에 들어 디자이너에게 구입한 뒤 리폼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브랜드명 ‘GGRN’이 ‘꼬랑내’라는 뜻이더라고요. 아마 뜻을 알았다면 사용하지 않았을 거예요. (웃음) 음악 방송 땐 번개 모양 패치로 가려 대처했어요.

 

(사진은 원문 링크에서 확인바람 너무 많아서 첨부해오지못함)

 ‘음Mmmh’ © SM 엔터테인먼트

 

ㅡ 엑소 카이KAI의 솔로 앨범, ‘음Mmmh’의 스타일링도 화제가 됐어요.

‘음Mmmh’의 키 비주얼Key visual은 디스토피아Dystopia* 배경 속 착장인 ‘카우보이 룩’이었습니다. 아티스트와 저의 곡 해석엔 조금 차이가 있었어요. 카이는 섹시한 무드를 떠올렸고 전 힙합이라고 느꼈죠.

* 디스토피아Dystopia 유토피아의 반대어.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암흑세계

 

© MBC 예능연구소

 

김욱이 언급한 '음Mmmh'의 키 비주얼, 카우보이 룩 © SM 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 촬영 이틀 전, 모든 착장의 피팅은 끝냈지만 확실한 느낌이 오지 않았어요. 결국 촬영 돌입 막바지에 추가 피팅을 제의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의상이 ‘카우보이 룩’이에요. ‘디스토피아 카우보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듭니다. 또, 카이가 원했던 섹시함과 제가 원했던 힙스러움이 적절히 섞여 유일무이한 비주얼을 선보였다고 생각해요.

 

'피치스Peaches' © SM 엔터테인먼트

 

ㅡ 얼마 전 발매된 그의 두 번째 솔로, ‘피치스Peaches’ 역시 함께 했어요. 비단, 옷고름과 같은 한복 요소들이 눈에 띄네요.

한복을 입지 않고도 한복처럼 보이게 하는 게 이번 스타일링 목표였어요. 맨 처음 공개된 티저 사진의 경우, 트렌치코트와 플리츠스커트를 조합해 한복 두루마기처럼 연출해 봤습니다. 비주얼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건 함께한 팀원들 덕분이에요.

 

'피치스Peaches' © SM 엔터테인먼트

 

앨범 재킷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스타일링을 통틀어 착용했던 한복은 ‘하늘색 셔츠’, 딱 하나뿐이었어요. 외에는 한복 콘셉트의 디자이너 브랜드 및 한복과 전혀 관련 없는 기성 제품으로 매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아이템끼리의 조화, 컬러감, 패브릭 매치까지 고려하며 만족스러운 아웃핏을 찾는 것에 오랜 시간을 쏟았던 기억이 나요.

 

태민과 김욱 © KIM WOOK

태민 © SM 엔터테인먼트

 

ㅡ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태민의 ‘어드바이스Advice’였어요. 남자 아이돌임에도 과감한 커팅 디테일과 화려한 컬러 매치를 선보였죠.

태민이도 저도 군 입대 전 강렬한 임팩트를 꼭 한 번 남겨보고 싶었어요.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여자 댄서가 즐겨 입는 실루엣에 도전해 보자”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식상하고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비주얼을 구현해 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사실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어요. (웃음) 무의식적으로 남자 아티스트를 스타일링할 때 조금 더 과감해지는 편이에요.

 

김욱이 스타일링한 아이유의 '코인Coin' 뮤직비디오

 

ㅡ 아이유의 ‘코인Coin’ 뮤직비디오 스타일링도 신선했어요. 오버사이즈 슈트, 페도라같은 아이템으로 새로운 느낌의 아이유를 마주할 수 있었죠.

실질적으로 3일 반나절 정도 준비한 프로젝트예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던 건 아이유 님의 덕이 컸어요. 미팅 전부터 아이디어를 이미 70% 이상 구상해 오셨더라고요. 서로의 의견을 다듬어 완성해낸 작업이에요.

 

ㅡ 담당하고 있는 아티스트 중엔 특별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팀이 많아요. 스타일링 콘셉트를 설정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래도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혼자서 하는 것엔 한계가 있어요.

 

'피치스Peaches' 리폼 과정 중 일부. 평범한 운동화에 한복의 요소를 더했다. © KIM WOOK

 

ㅡ 한 인터뷰에서 리폼을 즐겨 한다고 언급했어요. 앞선 답변에서도 충분히 느껴졌고요. 리폼만의 매력이 분명한가 봐요.

돌아보니 근 3년간 리폼 없이 앨범 재킷, 뮤직비디오를 찍은 경우가 거의 없네요. 그렇다고 안 해도 될 리폼을 억지로 하는 건 아닙니다. 보통 까다로운 구조의 제품을 리폼 재료로 선택해요. 원단과 패턴이 맘에 드는 바지를 재킷으로 만들기도 하죠. 아무래도 한 명의 아티스트만을 고려하며 시간을 쏟는 작업이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도 높아요.

 

김욱이 스타일링한 전소연, 노제, 우즈, 샤이니 키 (순서대로)

 

ㅡ 팬덤 사이에서 ‘갓욱’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웃음) 팬덤의 취향과 반응을 고려하는 편인지도 궁금하네요.

샤이니 멤버들이 말해줘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너무 기분 좋은 별칭이면서도 부족함이 많아 한편으론 부담되고 부끄러워요.

 

팬덤 의견을 고려하긴 해도 원하는 걸 꼭 집어 모두 적용하진 않아요. 그러한 방식으로 일하다 보면 매번 같은 결과물만 보게 될 수밖에 없어요. 쉽진 않겠지만 회사와 아티스트, 팬과 대중, 여기에 제 욕심까지 더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어요. 설령 그게 생소하고 충격적일지라도요. 그것까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몫이겠죠?

 

© KIM WOOK

 

ㅡ 스타일리스트 김욱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카멜레온 같은 오뚝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적응해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또 참담한 반응을 얻을지언정 금방 다시 일어서죠. 날선 피드백에 못 이겨 눕기보단 스스로 잘못 판단한 게 무엇인지 찾아내고 인정한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창작을 하는 이들이라면 늘 겪는 고충일 거예요. 매번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글 | 디자인프레스 지선영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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